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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10.23 "거룩한 계보", 그 거룩한 관계의 계보...

최근 누리꾼들 사이에서 자주 쓰인 말중 하나인 "무심한듯 시크한"이라는 수식어...
사실 이 말에 어울리는 영화감독이 있으니 그가 바로 장진이고 그에 걸맞는 배우고 있으니 바로 정재영이다. 무심한듯 시크한 스토리에 그들만의 독특한 개그를 버무려 놓는 독특한 스타일 덕분에 자칭, 타칭매니아들이 생겨나고 있다. 나의 친척언니 또한 그 매니아에 합류한지 꽤 된 사람이었기에 오랜만에 개봉한 둘의 합작품 "거룩한 계보"를 보고왔다. 우선 그 영화에 대한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번에도 역시나 장진의 개그는 녹슬지 않았다는 것고 또 "전작과는 다른 스타일의 영화가 나왔구나" 였다.
개인적으로 장진영화하면 약간 얼빵한듯한 캐릭터와 더불어 무심한듯 시크한 스토리속에 녹아있는 장진만의 언어유희를 최대한 살린 개그가 뒷통수를 살짝 후려쳐주면 픽 하고 웃음지으며 정신을 놓고있는 동안에 엉뚱한 결론에 도달하는 그만의 가공할만한 연출내공이 떠오른다. 그게 장진식의 영화적 수다였다.
그런면에서 볼때 이번영화 거룩한 계보는 장진의 수다가 많이 자제된편이다. 물론 전라도 사투리를 바탕으로 그만의 언어유희가 빛을 발하지만 캐릭터를 통한 수다보다는 캐릭터의 내면에 중점을 둔듯하다.  그만의 수다를 끝마치고 나서 한동안 비쳐지는 주인공들의 클로즈업숏은 입을 통한 말과 다른 묵직함을 준다. 바로 이 지점이 전작과 겹치면서도 대비되는 부분이다.



모두들 알고있다시피 거룩한 계보는 속된말로 장진의 조폭영화다. 엉뚱한 이야기의 상황속에서 피어나는 알듯모를듯한 인간애가 어떻게 조폭영화에서 장진식으로 연출되는가가 이번영화의 가장 큰 관심사였을 것이다. 사생결단식의 찌들대로 찌든 영화냐 가문의 위기와 같은 개그지향의 가벼운 대중코드의 영화냐, 아니면 역시나 장진식의 조폭영화냐에 대해서 귀추가 주목되었을진데 장진은 역시나 인간관계의 거룩한 계보를 자신의 식대로 보여주었다.


치성을 둘러싼 조직들과 주중, 순탄과의 우정....
거룩한 계보와 비슷한 영화 하나를 꼽자면 곽경택 감독의 "친구"와 김지운 감독의 "달콤한 인생"이 있다. 전자가 자의로든 타의로든 조폭계에 발을 들이고 그 안에서 피어나는 남성들간의 우정과 의리를 그린다는 점에서 후자가 조폭이라는 조직내에서 오른팔이 보스를 상대로 조직에 맞선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두 영화와 다르게 거룩한 계보에는 각잡힌 "가오"가 없다. 아니 여타의 조폭영화와 다르게 가오가 없다. 거룩한 계보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순박하기 그지없다. 주먹질을 하고 칼질을 하지만 독기가 없다. 되려 사기를 당할것 같이 멍청해보이기까지 한다.  살벌하기 그지없는 조폭이 아니라 보험에도 가입하는 적당히 얼빵하고 인간적이면서 감성적인 조폭이다. 그리고 그 감성적인 조폭의 두 계보가 바로 교도소내의 순탄과 사랑과 평화 조직이고 교도소밖의 보스와 주중의 조직이다. 이 두 조직을 통해 그 거룩한 관계의 계보를 보여준다.
전자는 바깥세계에 대한 동일한 목표를 가지고 신의로 형성된 "사랑과 평화"라는 이름의 조직이다. 그걸 대표하고 있는게 순탄이다. 순탄은 무뚝뚝함속에서 우정과 믿음에 대한 신의를 최대한 보여준다. 조직에 대한 복수를 순탄을 비롯한 사랑과 평화의 조직이 도와주는걸 보면 말이다. 반면에 후자는 상하관계를 바탕으로 형성된 조직이다. 그걸 대표하고 있는게 주중이고 말이다. 주중과 조직은 치성에게 상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주변의 여건으로 인해 치성에게 배신의 칼날을 찔러넣는다. 그 사이에서 갈등을 겪는 인물이 주중이다. 주중은 옛친구와의 우정도 소중하지만 현조직과의 신뢰관계도 소중하다. 그래서 치성이 조직의 칼날과 마주하기 전에 자기선에서 끊고싶어하고 끝까지 치성을 감싸준다. 교도소 밖 관계들의 배신으로 교도소 내의 탄탄한 조직이 형성되면서 관계의 거룩한 계보는 감독의 입에서 나온말처럼 "들키지 않는 우정"으로 표현되어진다.



이렇듯 거룩한계보에는 여러 유형의 인간들이 등장한다. 그 모습을 통해 인간관계와 그 사이의 계보를 보여주며 장진만의 인간관계 방식이 나타난다. 아마도 클로즈업숏이 유독 눈에 들어오는 이유 또한 그 계보가 보여지길 원한 감독의 연출이 아닐까 한다. 수다를 통한 드러냄보다는 클로즈업숏을 통한 묵직한 감정이 전해지길 바랬을것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주중의 마지막 한발 권총의 "들키지 않는 우정"보다도 치성의 증오와 연민이 뒤섞인 목소리로 외친 "꼬라지가 그게 뭐여"라는 대사가 더 묵직하게다가오는 이유는 아마도 덜 뻔뻔하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사랑과 평화라는 이름으로 내려오는 우정보다도 허약하고 보잘것없는 존재의 배신이 더 다가왔던건 아마도 그때문이리라. 꼬이고 꼬인 인간사에서 들키지 않는 않는 우정이 가진 쑥스러움보다도 동정어린 한마디가 내뱉는 외침이 더 익숙한건 단지 개인적 취향이기 때문일까?



덧...순탄으로 나오는 류승용씨가 아주 멋집니다. 이 사람 역시 유부남인데다가 얼굴도 크지만 좋은걸 어찌합니까. 이 사람 특유의 뚝심과 묵직함이 좋습니다. 그리고 멋진목소리가 정말로 좋습니다.
아, 그리고 이 영화 강우석 감독이 제작에 참여했다는걸 아십니까? 강우석과 장진이 공동명의 제작사 하나를 차렸더군요. 필름수다는 아마 그 제작사에 포함되는듯 싶구요. 그래서 거룩한 계보 후반 편집작업에 감우석씨가 참여를 했다더군요. 전 처음아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둘의 친분관계는 한번도 생각해본적이 없어서요. 으흠.....


덧2... 최근에 들어서는 장진감독의 영화를 챙겨보고 있기는 하지만 왜 챙겨보고 있나라는 의문이 들고 있습니다. 사실 그의 영화에서 소소한 재미는 느끼지만 마음을 움직일만한 건 찾질 못하고 있습니다. 내가 그의 영화를 이해하기에 아직 내공이 부족한거라고 결론짓고 있기는 하지만 미심쩍은건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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