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파티드에 대한 수많은 악평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영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이유는 단하나다. 오락영화로서 대단히 신나다는거에 있다. 물론 여러구석에서 찔러들어가면 흠잡힐데가 꽤 있는 영화지만 흔히들 상업영화나 오락영화에는 조금은 관대하지 않나. 넓은아량으로 조금만 숙이고 들어간다면야 그럭저럭 신나게 볼 수 있는 영화임에는 틀림없다. 물론 그럭저럭이라는 단서가 붙는데는 이유가 있겠지만 어찌되었든 수많은 악평이 난무할만큼 최악의 영화는 아니란 소리다. 그리하여 개인적으로 무간도를 몹시도 아끼지만 최대한 디파티드의 손을들어주며 글을 써나가기로 했다.
1. 갱 VS 삼합회
디파티드가 무간도의 리메이크작이라는건 두말하면 입아플 정도로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은 다 알것이다. 그만큼 여기저기서 떠들어대서 디파티드가 무간도와는 전혀다른 호흡으로 진행되는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쉽사리 띄어놓고 보기 힘들다. 물론 원작과 리메이크작의 피할 수 없는 숙명이긴 하지만 원작의 분위기를 기대하고 리메이크작을 본다면 사실 조금은 염치 없는 짓이 아닐까한다. 차라리 리메이크작은 어떠한 다른 세상으로 관객에게 즐거움을 줄까 정도로 기대하는게 영화를 훨씬 즐기는 방법이 아닐까 한다. 그렇다면 무간도와 비교하여 흠찾기 보다는 두 영화의 차이부터 찾아보기로 할텐데 의외로 간단하다.
두 영화가 표현하는 세계는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다. 갱과 삼합회의 차이만큼 마틴스콜세지와 유위강의 조폭세계에 대한 이해는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물론 이에 대해서 자세히 물어본다면 마틴스콜세지의 전작은 거의 접해보지 않았을뿐더러 유위강은 제대로 된 평가를 받을만큼의 후속작도 내놓지 않았기에 작품세계 비교가 자세히 들어가기에 어렵다) 흔히들 두 영화를 비교하며 무간도의 간지를 조금도 표현하지 못한 디파티드는 저평가 되고 있는데 사실 디파티드가 간지날 필요는 없다. 쥐새끼들이 사는 시궁창이 간지날리 없지 않은가. 미국의 뒷골목과 홍콩의 뒷골목이 가지는 아우라 자체가 다를뿐더라 그 둘을 비교하여 우위를 가리는 것 자체가 쓸모없는 짓이지 않는가. 나름의 매력을 가지고 있는 각 뒷골목을 가지고 영화적 틀안에서 어떤 매력을 비춰줄것 이냐가 관건인것이다. 그런면에서 볼때에서야 드디어 디파티드와 무간도의 매력과 힘이 갈린다고 보여질 것이다.
2. 이중스파이의 노고 VS 쥐새끼들의 시궁창
무간도가 가지고 있는 강점은 탄탄한 플롯안에서 벌어지는 인물들간의 섬세한 감정선일 것이다. 반면에 디파티드는 인물들간의 섬세한 감정과 관계보다는 개개인의 욕망에 더 촛점을 맞춘다. 영화내내 징글맞게도 등장하는 쥐새끼라는 대사속의 단어처럼 비열한 뒷골목의 쥐새끼라는걸 드러내기위해 2시간 40여분여를 쉼없이 달리는 이 호흡이 디파티드의 강점이다. 그렇기에 디파티드가 돋보이는 점의 영화의 스토리나 캐릭터의 끊임없는 고뇌가 아니라 영화 중반전까지 쉼없이 몰아붙이는 편집에 있다. 특히나 영화 도입부의 간결하면서도 쉼없이 몰아붙이는 그 에너지는 폭발적이다. 하지만 중반이후부터 폭발적인 에너지는 정당성을 잃어버리면서 시들시들해져버린다. 여기서 무간도가 완전한 영화가 아님에도 디파티드가 상대적으로 밀리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되어진다. 골목의 매력은 충분히 느꼈으니 그 골목안에서 무슨일이 벌어지는가가 궁금할 따름이다. 그저 쥐새끼들의 먹이다툼만을 보려고 디파티드를 선택한게 아니다. 굳이 따지자면 먹이다툼의 이유가 궁금했을 따름이다. 그런면에서 볼때 굳이 디파티드가 무간도의 위장신분과 잠입이라는 이중스파이로 인한 정체성 혼란을 가져올 필요가 있나 의문스러워진다. 좋은친구들에서는 그러한 것들을 가져오지 않아도 충분히 멋진 뒷골목을 보여주었건만 굳이 홍콩 뒷골목의 의리를 빌려와야 했나싶다. 그렇기에 여전히 아쉬우면서 찜찜한거다. 마틴스콜세지식의 갱은 뒷골목에서 무슨일을 벌이고 있나 궁금한거다. 홍콩 뒷골목에 비하면 훨씬 투박하고 화끈할 이 뒷골목이 마틴스콜세지의 전작들을 궁금하게 만든다.
3. 간지폭발영상 VS 에너자이저편집
(사실 이 분야 전문가가 아니기에 이 부분에선 말이 적어질 수 밖에 없으니 이해해달라)
무간도가 가장 멋들어진 점은 그런 이중스파이의 노고가 영상에 잘 스며들었다는 것이다. 새파랗게 높은 하늘을 배경으로 옥상에서 맞딱뜨린 양조위와 유덕화의 장면은 긴장감과 함께 그들의 노고가 드러난다. 느릿하게 재생되는 황국장의 죽음(디파티드에서는 몹시 빠르고 대단치않은듯한 느낌으로 편집이 되어 있는것 같던데 사실 그 감독 입장에서 황국장 자체가 주인공 캐릭터에게 크나큰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할 수는 없다. 그래봤자 어디까지나 자신의 욕망을 위해 자신의 처지를 위해 살아남으려 했다는 사실 자체가 더 큰 의미일것 같다), 어디선가 구슬피 들리는 음악. 캐릭터와 캐릭터가 부닥칠때마다 드러나는 음악과 영상은 긴장감과 더불어 어디선가 봤을법한 간지가 느껴진다. 홍콩느와르 영화 특유의 각잡힌 간지를 잘드러내졌다는 말이다. 반면에 디파티드의 강점은 빠른편집으로 힘있게 내달리는데 있다. 느릿하고 우울한 곡조의 음악보다는 경쾌하고 힘있게 내달리는 음악에 어딘지 모를 구리고도 투박한 화면으로 빠르게 내달리는 디파티드에서는 커다란 힘이 느껴진다.
4.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다면 각잡힌 간지캐릭터의 이야기냐 찌질하고도 천박하면서 음란한 캐릭터의 이야기냐가 이 영화들의 호불호를 가르는 가장 큰 관건일텐데 의외로 가볍게 갈린다. 그러니깐 그건 다 취향탓이라는 거다. 찌질한것도 좋아하고 각잡힌 것도 좋아하는 나로서는 둘다 충분히 매력적인 영화였지만 그래도 조금더 손을 들어주고 싶은 영화는 무간도다. 어쨌든 양조위의 눈빛을 따라할자는 그리 많지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맷데이먼의 찌질함과 천박함이 절대 밑에 있다는건 아니다. 그저 양조위의 눈빛이 조금더 내 마음을 움직였다고 하는편이 좋겠다.
고로 결론은 연출따위 필요없이 그냥 잘생긴 남자배우에 홀렸다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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